갈아엎는 감귤밭, 마트는 금값...
도대체 내 돈은 누가 먹었나?
안녕하십니까, 제주 정기자입니다.
오늘 아침, 서귀포 이웃 농가 형님 하우스에 갔다가 차마 눈 뜨고 못 볼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멀쩡한 감귤과 딸기가 마당에 널부러진체 트렉터바퀴 아래서 짓이겨지고 있었습니다. 붉은 과즙이 피처럼 튀는 밭에서, 형님은 담배만 피우고 계셨습니다.
"형님, 왜 이 귀한 걸 갈아엎습니까?"
돌아온 대답은 짧고 처절했습니다.
"따서 서울로 보내면 박스 값도 안 나온다."

농부에게 자식 같은 농작물을 갈아엎는 건, 제 살을 도려내는 고통입니다.
1. 밭에서는 똥값, 마트에서는 금값
도시의 주부님들은 "장보기가 무섭다"고 하십니다. 딸기 한 팩에 2만 원, 귤 한 박스에 3만 원. 금값이죠. 그런데 정작 생산자인 우리 농민들은 창고에 쌓인 재고를 보며 울고 있습니다.
2025년 겨울, 가공용 딸기 수집상의 발길이 끊겨 농가 창고에 재고가 쌓였습니다. 카페나 빵집으로 가야 할 '못난이 과일'조차 판로가 막히니 결국 폐기를 선택합니다. 제주 감귤도 마찬가지입니다. 멀쩡한 귤이 사이즈가 않맞아서, 흠집이 있어서 유통의 길이 막히거나 가격이 폭락해 썩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감귤값이 좋습니다. 그것도 농약 잘치고, 비료 잘 준 과수원에서 그렇지요. 그리고 상인의 담합으로 일정금액 이상은 절대로 주지 않습니다. 뜻이 있어 유기농, 무농약을 선택한 농부들은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합니다. 물론 올해는 잘 열려 주어 그 걱정이 덜했지만, 날이 더워 과실들이 이쁘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을 모르고, 플랫폼 판매를 하지 않는 농부들은 계통출하 이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과실을 수확하고, 박스에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는 비용보다, 차라리 그냥 거름이다 생각하고 버리는 것이 내년을 위해 좋다는 판단으로 이렇게들 극단적인 선택들을 하고 있지요.
"생산자는 죽어나고 소비자는 등골 휘는데, 도대체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겁니까?"
2. 생산비 폭등, 숨만 쉬어도 적자
농사는 낭만이 아닙니다. 철저한 비용 싸움입니다. 최근 난방비는 2배, 인건비는 20%나 올랐고 양액비(비료)도 급등했습니다.
- 원가: 평년 대비 1.5배 상승 [cite: 10]
- 유통 마진: 소매가의 30% 이상 [cite: 10]
- 제주 특수성: 육지로 보내는 해상 운송비 추가 부담 [cite: 11]
딸기 하나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은 1.5배가 들었는데, 경매장에 보내면 "물량 많다"며 헐값을 부릅니다. 유통 마진이 30%를 넘으니, 소비자가 내는 돈의 3분의 1은 중간 상인이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3. 범인은 '유통 괴물'이다
이웃 농가 형님의 절규, "올해는 본전도 못 맞춘다"는 말은 엄살이 아닙니다. 열심히 키운 죄밖에 없는 농민들이, 왜 빚더미에 앉아야 합니까?
이 기형적인 구조의 중심에는 농산물을 독점하고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거대한 세력이 있습니다. 생산자는 뼈 빠지게 일하는데, 에어컨 빵빵한 사무실에서 '앉아서 돈 버는' 그들.
다음 제2편에서는, 서울 가락시장을 30년째 장악하고 있는 '5대 도매법인'의 독점과 담합, 그 추악한 카르텔을 낱낱이 고발하겠습니다.

우리가 내는 돈, 농부에게 가지 않습니다. 이것이 유통의 민낯입니다.
📌 [농산물 유통의 민낯] 5부작 시리즈
- 현재글: ① 갈아엎는 감귤밭, 마트는 금값... 내 돈은 어디로?
- 다음글: ② 가락시장 '5대 도매법인'의 독점과 담합 (발행 예정)
- 관련글: ③ 믿었던 농협의 배신, 비리와 수수료
- 관련글: ④ 2026년 법 개정, 농민에게 희망일까?
- 관련글: ⑤ 대안은 있다, 직거래와 소비자의 연대
*이웃 추가를 하시면 농업의 진실을 가장 먼저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가락시장을 갈아엎고 싶 심정으로 글을 쓰는, 제주 정기자 드림 -
'농부정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6년, 판이 뒤집힌다"법 개정과 온라인 도매시장은 희망일까? (1) | 2026.01.26 |
|---|---|
| [제주 정기자]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농부의 분노. (0) | 2026.01.19 |
| [제주 정기자]귤나무 아래서 쓰는 마지막 농부의 일기. (1) | 2026.01.13 |
| [제주 정기자] 귤 농사짓는 농부가 들려주는 진짜 감귤 이야기. (1) | 2026.01.13 |
| [제주 정기자]귤 농사짓는 농부가 들려주는 진짜 감귤 이야기. (2) | 2026.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