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자식 같은 귤나무를 베었습니다"
주황빛 뒤에 숨겨진 농부의 피눈물
안녕하십니까, 제주 정기자입니다. 처음 제주에 왔을 때 노란색 컨테이너를 들고 웃으며 저에게 건내주시던 형님이 계셨습니다. "난 돈버는 농부는 아니야"하시며, 항상 즐겁게 농장을 향하던 형님이 계셨습니다.
얼마전 형님은 전기톱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30년을 함께 자란, 자식 같은 귤나무 50그루를 베어내셨습니다. "위잉-" 하는 톱날 소리가 제 살점을 도려내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가 병들어서냐고요? 아닙니다. 멀쩡합니다. 그런데도 베어야 했습니다. 왜 농부는 자기 팔다리 같은 나무를 스스로 잘라내야 했을까요? 오늘은 아름다운 제주 감귤 뒤에 가려진, 불편하지만 꼭 알아야 할 '농업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시리즈를 마치려 합니다.

30년 세월이 톱날 한 번에 잘려 나갔습니다. 이것이 농부의 숙명일까요.
1. 제주는 이제 '열대'입니다 (기후의 습격)
여러분이 드시는 귤, 앞으로 10년 뒤에는 제주에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지금 제주 바다는 끓고 있고, 땅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가을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니 귤껍질이 붕 뜨며, 밤송이 처럼 갈라지는 '열과' 현상이 속출합니다. 상품성이 없으니 다 폐기해야 하죠. 반면, 강원도에서는 귤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사과는 북상하고, 귤은 육지로 떠난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섬뜩한 현실입니다. 형님이 나무를 벤 이유도, 이제는 전통적인 노지 감귤로는 기후 변화를 버틸 수 없어 '하우스(시설)'로 바꾸거나 아열대 작물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입니다.
2. 일당 15만 원에도 사람이 없습니다
제주 시골 마을의 평균 연령은 70세가 넘습니다. 귤 딸 사람이 없습니다. 일당 15만 원을 줘도 일손을 못 구합니다. 결국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없으면 제주의 귤 농사는 올스톱됩니다.
더 화가 나는 건 '가격의 모순'입니다.
그런데 서울 마트에서는 kg당 5,000원에 팔립니다.
비료값, 농약값, 인건비는 2배 올랐는데, 귤값은 20년 전 그대로입니다.
"농사지어서 자식 대학 보낸다"는 말은 옛말입니다. 이제는 "농사지으면 빚만 남는다"가 정답입니다.

지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식탁이 변하고 있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어디에 있나
그럼 다 포기하고 밭을 갈아엎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제주도에는 아직도 70프로가 농부입니다. 흙을 떠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살길'을 찾고 있습니다.
- 스마트팜 전환: 나무를 벤 자리에, 날씨 영향을 덜 받는 '비가림 하우스' 시설을 짓겠습니다.
- 유통 혁명 (직거래): 경매사에게 내 운명을 맡기지 않고, 블로그를 통해 여러분과 직접 만나겠습니다.
- 소비자의 인식 변화: "못난이 귤도 맛있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예쁜 것만 찾으면 농약은 늘어나고 농부는 죽어납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그간 제가 알고 있는 제주감귤의 역사부터 품종, 고르는 법, 요리법, 그리고 오늘 아픈 현실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겨울철 이불 속에서 귤 하나를 까 드실 때, 거친 바람을 견뎌낸 나무와 그 나무를 지키려 했던 늙은 농부의 땀방울을 한 번만 기억해 주십시오.
그 마음만 있다면, 제주의 겨울은 여전히 따뜻하고 주황빛으로 빛날 것입니다.
번외편으로 여러분이 모르고 있었던 '가락시장'의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우리는 농협과 가락시장의 검은 카르텔들에게 농락 당하고 있었습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립니다. 반들반들한 이쁜 감귤, 이쁜 상자에 담겨 메대에 놓여 있는 감귤들 사기 좋고 먹기도 좋지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농부들을 농락하고 있던 유통 카르텔들에게 여러분이 생각지도 못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습니다. 이부분은 정말 여러분도 알고 계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저역시 농부이지만, 앞으로 제대로된 농산물은 믿고 살 수 있는 블로그나, 직거래를 통해 구매하세요.
그것이 현장의 농부들을 위한 길입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제주 감귤, 어디까지 까봤니?] 5부작 완결
- 다시보기: ① 조선시대, 귤 하나 훔치면 곤장 100대? (역사편)
- 다시보기: ② 한라봉 vs 천혜향 vs 레드향 족보 정리 (품종편)
- 다시보기: ③ "못생긴 게 더 맛있다?" 0.1% 고르는 법 (꿀팁편)
- 다시보기: ④ "귤을 구워 먹는다고?" 기묘한 식문화 (요리편)
- 현재글: ⑤ "농부는 왜 귤나무를 베었나" 감귤 농사의 땀과 눈물 (완결)
*지금까지 제주 정기자의 감귤 이야기를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음엔 더 생생한 '농사 브이로그'로 돌아오겠습니다.
-어떻게 좋은 농산물을 좋은가격에 소비자에게 전달할지를 고민하는, 제주농부 정기자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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