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귤 하나 훔치면 곤장 100대?
우리가 몰랐던 감귤의 '피 튀기는 역사'

안녕하십니까, 제주 정기자입니다.
서귀포 제 밭에는 지금 주황색 보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요즘 마트에 가면 한 박스에 2~3만 원이면 사는 게 귤이죠? 따뜻한 아랫목에서 TV 보며 무심코 까먹다 보면 어느새 손끝이 노래지곤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귤이 조선에 들어온 몇백 년 전만 해도 이 작은 귤 하나를 먹기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했다는 사실을요. 오늘은 지금은 너무 흔하지만, 옛날엔 **'금(Gold)'**보다 귀했던 감귤의 숨겨진 역사를 털어봅니다.

지금은 흔한 귤 하나가, 옛날엔 왕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귀한 진상품이었습니다.
1. 귤나무 한 그루가 '대학나무'의 원조였다?
1970~80년대 제주에서는 귤나무 몇 그루만 있어도 자식을 서울로 대학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대학나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원조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귤나무는 제주 사람들에게 '악목(惡木, 악마의 나무)'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조정에서 진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귤이 열리기 시작하면 관리들이 나와 일일이 개수를 세고 장부에 적어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꼬리표까지 달아두었죠.
문제는 수확할 때입니다. 태풍이 불거나 새가 쪼아먹어 장부보다 개수가 모자라면? 그 책임을 농민이 고스란히 져야 했습니다. 쌀로(제주도에서 쌀농사는 거의 전무하니, 이는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답니다.) 물어내거나, 관아에 끌려가 곤장을 맞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귤나무는 농민들에게 '보물'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었던 겁니다.

귤이 익어갈수록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졌습니다. '진상(進上)'이 곧 '진상(眞想)'이었던 시절입니다.
2. 귤이 한양에 도착하면 '과거 시험'이 열렸다
험한 바다를 건너 제주 귤이 무사히 한양 궁궐에 도착하는 날은 그야말로 나라의 경사였습니다. 임금님은 너무 기쁜 나머지 성균관 유생들을 모아 특별 과거 시험을 열었습니다. 이를 '황감제(黃柑製)*라 불렀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수능 만점자에게 아이패드 대신 귤 한 박스 주는 격'인데, 당시 선비들에겐 임금님이 주신 귀한 과일을 맛보는 게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 귤껍질을 버리지 않고 말려서 약재(진피)로 쓰거나 서책 사이에 끼워 향을 즐겼다고 하니, 그 귀함이 짐작 가시나요?
3. 귤 서리하다 걸리면... 상상초월 형벌
그 귀한 귤을 몰래 따 먹는 '서리'는 단순 절도가 아니었습니다. '국가 재산'을 훔친 중죄로 다스렸습니다. <경국대전>에 따르면 귤을 훔치다 걸리면 곤장 100대는 기본이고, 심하면 노비로 만들거나 얼굴에 도둑이라고 글자를 새기는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4. 정기자의 단상: 감사히 먹읍시다
밭에서 귤을 따다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불과 몇백 년 전만 해도 서민들은 구경조차 힘들었던 이 귀한 과일이, 이제는 누구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국민 과일이 되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귤이 당도가 좋아 예전에 가공용으로 출하했던 큰 감귤도 지금은 상품과로 유통이 가능하죠. 그것을 이용해서 나쁜 짓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절대 절대 진짜 농부에게서 귤을 구매하거나, 아니면 농협, 마트등을 이용하세요. 농업 기술의 발전과 저 같은 농부들의 땀 덕분이겠지요.
오늘 저녁, 가족들과 귤을 드실 때 한마디 툭 던져보세요. "여보, 이거 옛날이었으면 곤장 100대짜리 귀한 거야. 감사히 먹자!"
다음 제2편에서는, 많은 분이 헷갈려 하시는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도대체 뭐가 다른 거야?" 복잡한 귤 집안의 족보를 아주 시원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거 알면 명절 선물 고를 때 실패 안 합니다!)
📌 [제주 감귤, 어디까지 까봤니?] 5부작 시리즈
- 현재글: ① 조선시대, 귤 하나 훔치면 곤장 100대? (역사편)
- 다음글: ② 한라봉 vs 천혜향 vs 레드향... 귤 족보 총정리 (품종편) - 발행 예정
- 관련글: ③ "못생긴 게 더 맛있다?" 농부가 밝히는 0.1% 귤 고르는 법
- 관련글: ④ "귤을 구워 먹는다고?" 제주 사람들의 기묘한 식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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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귤 하나에 담긴 역사를 생각하는, 제주 정기자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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