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부 정기자] 30년 지기 친구를 카톡에서 차단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제주농부 정기자입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30년 지기 친구의 카카오톡을 차단했습니다. 돈을 빌려달라고 한 것도, 보증을 서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원인은 매일 아침 단톡방에 올라오던 '정치 유튜브 링크'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넘겼습니다. 나이가 들면 정치에 관심이 많아지려니 했죠. 그런데 점점 정도가 심해졌습니다. 자극적인 썸네일,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혐오의 언어들. 제가 "이건 팩트가 아니지 않냐"고 짚어주자, 그 친구는 저에게 입에 담기 힘든 험한 말을 쏟아냈습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세력을 편들지 않으면 30년 친구도 순식간에 '매국노'나 '빨갱이'로 몰아붙이더군요.
씁쓸하게 단톡방을 나오고 전화번호를 지웠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먹고살기도 바쁜 50대 가장들이, 도대체 왜 자신들의 밥그릇과 아무 상관도 없는 스마트폰 속 정치인에게 인생을 걸고, 이웃과 칼을 맞대는 걸까요.이런 부분들은 먹고 살만한 친구들이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저 역시 그렇지만 내가 사회에 의해 강제적으로 피해를 봤다라는 피해의식의 발로인것입니다.
오늘은 우리 4050 생존자들의 영혼을 파먹는 '정치 팬덤과 유튜브 알고리즘의 늪'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 확증편향의 감옥을 짓다
우리는 지금 역사상 유례없이 '정치에 미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특히 50대, 60대의 정치 유튜브 몰입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귓가엔 항상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하는 유튜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현재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중년들이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 거리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던 것이 1세대라면 지금은 20대 청년들이 조직적으로 정치를 비판하고 정치의 고관여자들로 새롭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답은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 듣고 싶어 하는 것만 귀신같이 찾아내어 끝없이 먹여줍니다. 내가 A라는 정치인을 싫어하는 영상을 한 번 보면, 다음 날부터 내 스마트폰에는 A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영상 수십 개가 도배됩니다.
이 우물 안에 갇히면 세상은 둘로 나뉩니다. '절대 선'인 우리 편과, '절대 악'인 저쪽 편. 이른바 '에코체임버(반향실) 현상'입니다. 내 생각과 똑같은 목소리만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방에 갇히게 되는 겁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중년의 유튜브 중독
이건 저만의 느낌이 아닙니다. 데이터가 우리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4050 정치 몰입과 유튜브 소비 실태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자료 종합)
1. 50대 이상 유튜브 뉴스 이용률: 61% (전 세대 중 압도적 1위)
2. 기성 언론 불신율: 유튜브 이용자의 73%가 기성 언론을 믿지 않는다고 응답
3. 확증편향 심화: 본인의 정치 성향과 일치하는 채널만 구독하는 비율 80% 이상
4. 가짜뉴스 노출도: 자극적인 썸네일과 극단적 주장의 영상 클릭률이 일반 뉴스보다 4배 높음
5. 정치 양극화 지수: 2018년 이후 선거를 거칠 때마다 이념적 양극화 수치 매년 최고점 경신
6. 사회적 갈등 요인: '정치적 성향 차이'로 인한 갈등이 세대/남녀 갈등을 제치고 1위로 등극
→ 50대는 스마트폰 속 정보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기 시작했다.
→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적'이 되었다.
그들의 분노 장사에 우리의 인생이 털리고 있습니다
이 기형적인 정치 몰입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여러분이 지지하는 정치인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화면 속에서 핏대를 세우며 분노를 부추기는 '유튜버'들입니다.
이들은 정치를 종교와 예능의 경계로 끌어내렸습니다. 자극적인 썸네일과 혐오 발언으로 여러분의 도파민을 쥐어짭니다. 여러분이 분노하여 "맞습니다! 속이 시원하네요!"라며 슈퍼챗(후원금)을 쏘고 광고를 끝까지 봐줄 때, 그들의 통장엔 수억 원의 돈이 꽂힙니다. 그들은 그 돈으로 서울에 꼬마 빌딩을 사고, 외제차를 뽑습니다.
반면, 그 방송에 밤낮으로 몰입한 우리에게 남는 건 무엇입니까. 핏대 세우다 잃어버린 30년 지기 친구, 꼴도 보기 싫다며 등을 돌린 가족, 그리고 수면 부족으로 망가진 시뻘건 눈동자뿐입니다.

제주 흙바닥이 제게 가르쳐준 진짜 생존법
저는 정치가 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 지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정치가 세상을 바꾸는 줄 알았습니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천국과 지옥을 오갈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주에 내려와 흙을 만지고 귤나무를 키워보니 알겠습니다. 태풍이 불면 진보의 밭이든 보수의 밭이든 똑같이 열매가 떨어집니다. 은행의 대출 이자는 내가 어느 당을 지지하든 매달 얄짤없이 통장에서 빠져나갑니다.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건 화면 속 정치인들의 현란한 말장난이 아닙니다. 이른 아침 밭에 나가 흘리는 정직한 땀방울, 퇴근 후 아내와 나누는 따뜻한 찌개 한 그릇, 그리고 가끔 소주 한 잔 부딪히며 인생의 시름을 나눌 수 있는 오랜 친구입니다.

유튜브를 끄고 곁에 있는 사람을 보십시오
4050 생존자 여러분,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건 훌륭한 시민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정치가 종교가 되고, 누군가를 미워하기 위한 도구가 되는 순간 우리의 삶은 파괴됩니다.
오늘 당장 정치 유튜브 구독을 취소하십시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도 그냥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겨보십시오. 정치는 스포츠 경기 관람하듯 한 걸음 떨어져서 봐야 합니다.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십시오. 정치 이야기일랑 접어두고, "요즘 허리는 안 아프냐, 애들 취업은 어떻게 됐냐"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십시오. 그것이 이 미친 혐오의 시대에서 우리의 멘탈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안전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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